사실 K씨는 두 식당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 어느 곳이 더 맛이 좋은지, 어느 곳이 서비스가 더 좋은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는 수많은 삼겹살집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간다.
'연탄일번지'는 왠지 쌀 것 같지만 연탄냄새가 나 지저분할 것 같다. '새마을식당'은 적당히 값도 싸고 향수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식당을 고르는 데 의지한 정보는 단 하나, 간판이다.
이처럼 고객들은 충동적으로 들어갈 가게를 고르곤 한다. 가게 운영자는 이런 '충동적인' 손님들을 끌어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손님과 운영자의 밀고 당기기는 말하자면 '간판' 하나로 결정 나는 셈이다.
◆불황에는 '만만한 간판'이 먹힌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손님들이 가게를 고르는 데는 비합리적인 기준들이 적용된다"는 말로 정리한다.
이 소장은 "내 가게에 오는 고객을 나눠보면 목적성 고객, 준목적성 고객, 비목적성 고객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목적성 고객은 맛이나 서비스에 만족해 충성도가 있는 단골고객을 말한다. 반면 비목적성 고객은 가게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매장의 위치나 크기, 간판만을 보고 충동적으로 일단 한번 들어와 본 고객을 일컫는다.
이 소장은 "보통 고객의 비율을 보면 목적성 고객이 15%, 준 목적성이 고객이 35%인 반면 비목적성 고객은 50%의 비율을 차지한다"며 "불황일수록 이 50%의 비목적성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매출이 극대화되고 수익이 난다"고 말한다.
그는 매장의 크기나 위치 등은 손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을 유입하기 위한 간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간판이 만만해 보여야 한다는 것. 이 소장은 "괜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어려운 이름을 간판에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문턱이 높다는 느낌을 줘 흡입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이름, 혹은 손쉽게 입에 붙는 친숙한 이름이 오히려 첫 방문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자장면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집이라면 'OO원'과 같은 이름보다는 '홍콩반점'처럼 조금은 흔해 보이는 이름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게 훨씬 더 손님이 손쉽게 드나들 수 있다는 얘기다.
간판에 자질구레하게 설명이 많은 집은 손님들 역시 시선이 잘 가지 않는다. 이 소장은 "초보자들일수록 간판 하나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대표 메뉴만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도록 쉬운 이름으로 깔끔하게 보여주는 것이 노하우"라고 조언했다.
◆무조건 다르게, 95%를 벗어나라
간판의 내용만큼이나 외관 역시 중요하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의 간판은 95% 이상이 직사각형에 아크릴 재질로,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비슷비슷한 간판 사이에서 재질이나 모양 등을 약간만 변형해 주어도 고객들의 눈길을 확실하게 잡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어려움은 있다. 최근에는 특히 도시간판 재정비 사업을 통해 간판의 크기나 형태가 법률적으로 규격화된 곳들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의 강남역과 용산구의 이태원역이 대표적.
이 소장은 "법률적인 제재요인이 있기 때문에 주인이 임의로 간판의 모양이나 크기 등을 결정하는 것이 예전보다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옥외광고일수록 법률적인 규제가 많아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간판의 크기나 형태가 아니더라도, 모양이나 재질 색깔, 간판의 위치, 글씨 내용, 사진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주인의 얼굴을 크게 사진으로 간판에 박아 넣는 것도, 흔하긴 하지만 고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추천한다.
이 소장은 "최근에는 이 같은 법률적 문제 때문에 사이즈보다는 색깔이나 글씨체 등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노란색, 검정색 등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보색 대비를 사용한다거나 캘리그래피 등 전문적인 글씨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조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소장은 "판넬이나 네온 등 고전적인 조명 외에도 최근에는 LED조명 같은 다양한 조명기법들이 많기 때문에 간판 꾸미기가 어렵지 않다"며 "이왕이면 이 역시도 판넬이나 네온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컴퓨터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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